130년의 시간을 지나온 모노그램은 루이 비통의 표식을 넘어 격의 미학을 기준하는 시대의 얼굴이자 시공을 초월해 더할 나위 없이 설렘의 경적을 울리는 모두의 꿈이다.

 

특히나 낯선 경유지 같은 곳에 떨어지면,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 건 의외로 루이 비통의 ‘모노그램’ 같은 것이다. 작위적인 시선인가? 아직 도착했다고 말할 수 없는 곳에서 낯선 풍경을 바라보다 보면 그렇다. 그건 단지 브랜드에 관한, 로고에 관한 순간적 감상이 아니다. 영 모르는 언어를 쓰는 지역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잠시 내렸을 때, 눈에 익은 게 들어온 다음에야 안심이 된다. 그제야 잘 모르는 이 도시의 싱그러운 아침을 맞이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심벌, 아이콘의 존재이유라면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어디서든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만국 공통으로 통하는 것이라는 사실만으로도.

루이 비통이 모노그램 탄생 130주년을 기념한다. 여행 혹은 여정 중 모노그램에 대해 조금의 친숙함을 느낀다면 창립자 루이 비통의 이야기가 거기 서려 있기 때문이 아닐까. 소년 루이 비통이 어느 날 파리로 갈 결심을 한다. 마차나 배, 기차로 이동하던 당시 짐 가방은 누군가에 의해 던져지고, 어딘가에 긁히기 십상이었다. 하지만 떠나는 이들에게 짐 가방만큼 지켜야 할 것은 없다. 루이 비통은 짐 싸기부터 시작해 이내 트렁크를 제작하는 공방을 연다. 루이 비통의 시작이다. 모노그램을 만든 그의 아들 조르주 비통은 아마 자신의 아버지가 고향을 떠나 파리에 도착한 첫날을 떠올리지 않았을까. 1897년 1월 11일 모노그램은 조르주 비통이 아버지 루이 비통의 개척 정신을 기리기 위해 고안했다. L과 V, 아버지의 이니셜을 별자리처럼 배치해 플라워 모티브에 담은 이 패턴은 130년이 흐른 지금까지 루이 비통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철저히 미래를 향하는 이 패턴은 루이 비통을 수많은 혁신과 변화 앞으로 이끌었다. 모노그램은 무엇보다 시각언어다. 소통의 방법, 이동의 방법이기도 했을 것이다. 나는 그 당시 모노그램 트렁크를 든 수많은 여행자를 떠올린다. 마음의 짐을 안고 훌쩍 모르는 세계에 떨어진 이들. 새 꿈을 안고 무어든 밀어붙이겠다는 열망을 안고서도 말이다. 개척자들은 저마다 그렇게 한 손엔 루이 비통을 들었을 것만 같다. 그리고 단단한 루이 비통 트렁크가 그들을 지켰을 것이다. 이런 결론을 내린다.

모노그램의 그래픽적 배열은 당시 네오고딕, 아르누보 같은 구조와 상징이 곧 미학이던 시기에 창조되었다. 그러니 그 자체로 독창적인 장식 패턴으로 여겨지기도, 보호장치로 기능하기도 했다. 특허 문서에 명시된 이야기가 흥미롭다. “모노그램은 캔버스, 레더, 인조 레더, 종이 등 어떤 표면에도, 어떤 색상으로든 인쇄 또는 엠보싱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었다.” 여행 방식이 변하면서 단단한 하드 사이드 트렁크와 배니티 케이스부터 현대적 이동성과 자유를 구현한 유연한 키폴Keepall, 스피디Speedy, 노에Noé 백까지 변화를 거듭할 수 있었던 이유다.

루이 비통의 역사 전반에서 모노그램은 몇 세대를 걸쳐 뛰어난 창작자, 컬렉터 그리고 아이콘의 손을 거쳐왔다. 하우스의 역사를 이어가면서 다음 세대의 비전을 제시할 수 있었던, 루이 비통의 상징이었다. 새해가 밝은 2026년 1월, 루이 비통이 이 아이코닉한 모노그램 백을 다시금 조명하는 캠페인을 벌인다. 그 이름처럼 스피디 백은 퍼스널 모빌리티 개념을 끊임없이 재정의해 왔다. 토론Toron 핸들을 갖춘 이 유연한 백은 일상에서도, 부담스러운 여정에도 함께할 수 있는 다재다능함이 있다. 딱딱한 트렁크에서 수많은 이를 해방시킨 키폴 백은 루이 비통의역사와 함께, 수많은 에디션과 협업을 거치며 진화했다. 샴페인 다섯 병을 담기위해 디자인된 노에 백은 그 유래에서부터 파리지앵의 자유분방함이 느껴진다.1930년대 아르데코에서 영감을 받아 파리 건축의 정밀함과 장식적 면모가 두드러지는 알마 백는 그 자체로 우아하다. 무게 800g으로 최대 100kg까지 담을 수있는 네버풀 백은 어쩌면 한 세기에 달하는 루이 비통 역사 속 장인정신이 응축된, 가장 현대적인 아이템일지도 모른다.

 

 

동시에 2026년은 루이 비통이 장인정신이 깃든 세 가지 익스클루시브캡슐 컬렉션을 통해 모노그램을 새로운 장으로 이끄는 해다. 모노그램 애니버서리 컬렉션Monogram Anniversary Collection은 모던한 디자인, 다양한 소재, 그리고 최첨단 기법과 전통공예를 아우르며 모노그램을 새롭게 재해석한다. 모노그램 오리진 컬렉션Monogram Origine Collection은 전통적인 자카드 위빙을 구현한 새로운 모노그램 캔버스를 통해 1896년 최초의 패턴을 다시금 기록한다. 리넨과 코튼을 블렌딩한 소재는 자연스러운 질감과 텍스처를 살려 루이 비통이 처음 ‘레더’라는 혁신으로 도달한 지점을 드러낸다. VVN 컬렉션은 바슈 베제탈 나튀렐Vache Végétale Naturelle의 약어로, 루이 비통을 대표하는 상징적 소재이자 오래도록 이어져 온 시그너처인 천연 레더에 바치는 헌사다. 가공하지 않은 레더는 시간의 흐름을 고스란히 받아들이며, 루이 비통 유산이 지닌 순수함과 진정성, 그리고 장인정신을 그대로 드러낸다. 마지막으로, 타임 트렁크 컬렉션Time Trunk Collection은 하드사이드 트렁크로 대표되는 루이 비통의 여행 유산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 역사적인 트렁크의 텍스처와 금속 디테일을 트롱프뢰유 프린트로 구현함으로써 과거와 현재를 잇는다. 또 모노그램은 향수 컬렉션에서도 하우스의 유산을 오롯이 지키면서 한층 생동감 있는 컬러 변주를 선보인다.

다시 패션위크를 앞둔 지금. 먼 곳에 있는 사람들이 생각나고, 멀리 간 사람들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어떤 도시는 도착하는 사람이 끊임없을 테고, 또 어떤 도시는 떠나는 사람이 계속 이어질 테다. 루이 비통의 모노그램과 함께한 130년 동안, 이동을 위한 인류의 역사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마차와 증기선에서 비행기와 우주선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진보는 언제나 떠나고자 하는 충동에서 비롯됐다. 익숙한 것을 내려놓고 낯선 세계로 몸을 던지는 일, 그 반복이 곧 여행이라면 그 여정마다 여전히 나에게 새롭게 발견되는 상징이 있다. 모노그램은 그 무수한 이동의 순간에 계속해서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왔을 것이다. 130년 역사를 넘어 모노그램이 마주할 세계가 아직 더 있다. 다시 말하지만, 철저히 미래를 향하는 모노그램은 루이 비통을 수많은 혁신과 변화로 이끌 것이다.

 

text KWON SOHEE(SOHEE)
art PARK JIMIN(GEEM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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