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랜드 이름 팔리 할리우드Paly Hollywood에서 ‘Paly’는 매우 개인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고 들었다. 사적 감정을 ‘Hollywood’라는 거대한 시스템과 연관 지은 이유는 무엇인가.
제임스 프랭코 좋은 질문이다. 나는 할리우드 배우로 감독, 작가로도 활동했다. 할리우드는 내 삶에서 굉장히 큰 부분을 차지한다. 다만 어느 순간부터, 정확히 말하면 미술을 본격적으로 공부한 이후부터 할리우드를 조금 다른 각도에서 보고 싶어졌다. 단순히 영화를 만드는 것을 넘어 할리우드 자체를, 그리고 그곳에서 파생된 구체적인 이미지를 직접 만져보고 싶었다. 영화라는 재료를 해체하고,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재구성하는 일. 미술 작업을 하며 그런 시도를 계속해 왔다. 그러다 카일 린드그렌을 만났다. 카일은 옷을 만드는 사람이었고, 내가 미술 작업에서 다뤄온 개념을 자연스럽게 옷에 적용할 수 있었다. 팔리 할리우드는 나의 사적 시각으로 할리우드를 하나의 재료처럼 다루며, 옷이라는 새로운 형태로 재해석하는 브랜드인 셈이다.
팔리 할리우드는 디자인뿐 아니라 마케팅 방식에서도 차별점이 느껴진다. 남다른 판매 전략이 있을까.
카일 린드그렌 우리는 오히려 반대라고 생각한다. 팔리 할리우드의 독특함은 두 가지다. 진정성과 스토리텔링. 많은 브랜드가 서사를 만들기 위해 애쓰는 반면에 우리는 LA의 역사와 할리우드라는 신화 같은 실제 문화를 기반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래서 마케팅도 아주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해나간다. 제품 판매를 목적으로 전략을 세우는 대신 우리가 진짜 좋아하는 걸 만들었을 뿐이다. 광고도 하지 않았고, 억지로 무언가를 설득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제품이 중심이고, 사람들이 직접 보고 느끼면 분명 무언가 전해진다고 믿었다.
그렇지만 브랜드 론칭 단계에 파리 패션위크에 참석한 것은 특별한 일 아닌가.
제임스 프랭코 카일과 내가 처음 만났을 때, 우린 서로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었다. 나는 그림을 그리고, 카일은 다른 브랜드에서 디자인을 하고 있었다. 어쩌다 친해졌고, 서로 잘 맞는다는 걸 깨달았다. 그러다 “한번 해볼까?”라는 말로 옷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걸 본 주변 친구들의 반응이 좋았고, 점점 다른 사람들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첫 컬렉션은 엄청 소규모였다. 에이치 로렌조H. Lorenzo라는 숍에 가져갔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완판됐다. 이후 파리의 작은 호텔방을 쇼룸처럼 꾸미고 바이어를 초대했다. 그때부터 우리 옷에 대한 반응을 본격적으로 느꼈다. 딱히 마케팅 전략이라 할 건 없었다.


그 이후에도 티셔츠와 후디, 데님같이 에센셜한 아이템 위주로 컬렉션을 전개 중이다. 브랜드의 성격이 아직 모호해 보이기도 한다.
카일 린드그렌 그렇게 볼 수도 있다. 지금은 제품 라인과 카테고리를 확장하기 위한 기반을 다지는 단계라고 생각한다. 니트웨어도 시즌마다 몇몇 개만 선보이니까. 더 많은 제품을 만들고, 창작적으로 확장하기 위한 인프라를 만드는 중이라고 할까. 조급하게 가지 않으려고 한다. 그저 ‘다음에 해야 할 올바른 단계’를 밟고 있다.
그럼 한국에 온 이유에 대해 얘기해 볼까. 케이스스터디와 함께 출시한 익스클루시브 캡슐 컬렉션에 대해 소개한다면.
제임스 프랭코 팔리 할리우드의 많은 컬렉션에는 할리우드, 특히 ‘올드 할리우드’의 DNA가 담겨 있다. 그래서 케이스티파이와 협업할 때도 영화적인 이미지를 만들고 싶었다. 오래된 한국 영화 포스터를 조사했고, 그중 몇몇 분위기와 그래픽이 특히 인상 깊었다. 마침 파리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며 랭보, 보들레르 같은 프랑스 시인의 시를 다시 읽고 있었다. 그 두 요소를 결합해 완전히 새로운, 가상의 영화 포스터를 만들고자 했다. 이번 캡슐 컬렉션은 그 영화의 굿즈 같은 느낌으로 제작했다.
한국엔 언제 도착했나.
제임스 프랭코 엊그제 왔다. 한국의 스파와 스킨케어는 정말 최고다. 올리브영에 가서 이런저런 제품을 잔뜩 샀다.
카일 린드그렌 거기 아나? 사람들이 많이 가는 미쉐린 만둣집인데, 명동에 있다.
명동교자?
제임스 프랭코 하하. 맞다. 정말 맛있었다. 그리고 작은 카페가 모여 있는 동네도 인상적이었다.
한국에 오기 전, 라이언 맥긴리를 만난 것 같던데.
제임스 프랭코 라이언은 20년 넘게 알고 지낸 친구다. 정말 훌륭한 예술가이고, 아주 관대하다. 우리가 함께 작업한 건 아니고, 단지 같은 시기에 도쿄에 있었을 뿐이다.
카일 린드그렌 라이언은 정말 좋은 사람이다. 만날 때마다 나를 환기해 준다. 미국 속담 중에 ‘영웅을 만나지 말라’는 말이 있다. 영웅일지라도 실제로 만나면 실망하기 때문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라이언은 그와 정반대에 속하는 사람이다.
라이언 맥긴리와 연결해 줄 수 없을까.
제임스 프랭코 언제든지. 안 될 게 뭐 있겠나.



당신은 언젠가 제리 살츠가 쓴 <예술가가 되는 법How to Become an Artist>을 읽고 그림을 시작했다고 들었다. 이미 예술가인 당신이 다시 한번 예술가가 되고 싶다고 마음먹다는 것이 흥미롭다.
제임스 프랭코 고등학생이 되기 전부터 그림을 그리고, 예술 활동을 했다. 그러다 로스앤젤레스로 왔고, 연기라는 영역에서 먼저 자리를 잡았다. 사실 다른 예술을 그만둔 적은 없었다. 다만 연기에 에너지를 더 많이 쏟았을 뿐이다. 이후 다시 학교로 돌아가 미술을 본격적으로 공부했고, 전시도 열었다. 2013년쯤, 너무 많은 일을 동시에 하고 있는 것 같아 모든 걸 잠시 멈췄다. 그러다 팬데믹이 찾아왔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었다. 그때 우연히 제리 살츠의 책을 읽었다. <예술가가 되는 법>은 훌륭한 책이다. 굉장히 명확하고 단순한 지침을 담고 있어 많은 도움이 되었다. 특히 “매일 그려라”라는 문장이 큰 자극이 됐다. 그래서 정말로 매일 한 장씩 그리기 시작했다.

카일 린드그렌은 이전에 매드해피Madhappy와 퍼킹어썸Fucking Awesome에서 디자인을 했다. 두 브랜드는 팔리 할리우드와 닮은 점이 많아 보이지만 본질적인 영역에서는 다른 것 같다.
카일 린드그렌 퍼킹어썸에서는 인턴으로 시작해 패션 시스템 전체를 몸으로 배웠다. 해외 생산이 많았기 때문에 산업구조와 그 흐름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후 매드해피로 옮기면서 미국 내 생산에 대해 깊이 알게 됐다. 어떤 제작사가 자수에 능한지, 누가 스크린 프린팅을 잘하는지 같은 아주 구체적인 정보 말이다. 나는 질문을 정말 많이 하는 편이다. “왜 이렇게 하는 거예요?”를 입에 달고 살았다. 퍼킹어썸 창업자 제임스 딜 역시 예술가다. 그의 작업을 옷으로 구현하는 방식은 지금 제임스와 작업하는 방식과도 닮아 있다. 제임스가 예술 작품을 만들면, 나는 그걸 어떻게 ‘입을 수 있는 형태’로 바꿀지 고민한다. 기법, 구조, 색감까지. 결국 예술을 옷으로 번역하는 일이다.

@palyhollywood
이번 시즌 컬렉션에도 할리우드의 DNA를 발견할 수 있었다. 모델은 배우 발 킬머의 아들 잭 킬머였다.
제임스 프랭코 하하. 잭과도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다. 예전에 고향 팔로 알토를 배경으로 책을 썼다. 지아 코폴라 감독이 동명의 영화 <팔로 알토>를 만들었고, 그때 발 킬머의 아들 잭을 캐스팅했다. 그 이후 10년 넘게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카일 린드그렌 잭은 훌륭한 아티스트이자 음악가다. 오랜 친구였고, 이번 컬렉션의 얼굴로 등장한 건 아주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요즘 ‘네포 베이비’라는 말이 부정적으로 쓰이지만, 그런 인물이 매력적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니까.
카일 린드그렌 맞다. 우리는 상징적인 배우와 아티스트의 2세를 많이 기용하고 있다. 좋은 일인지, 그렇지 않은지는 모르겠지만 새로운 세대에게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한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말하면, 컬렉션 촬영을 하기 며칠 전까지 모델을 구하지 못했다. 그러다 마침 “잭이 시간이 된다”는 연락을 받았고, 그제야 “왜 진작 잭을 생각하지 못했지?” 싶었다. 결과는 완벽했다.
오늘 대화의 절반 이상은 할리우드에 관한 것 아니었을까. 할리우드에 질리진 않는가.
카일 린드그렌 제임스가 어떻게 느끼든, 내 입장에서 이건 전부 새롭고 흥미로운 경험이다. 누군가에게는 너무 익숙한 세계라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전혀 다른 이야기니까.
제임스 프랭코 하하. 그렇지만 카일의 생각과 달리, 나는 아직 질리지 않았다. 브랜드를 운영하는 건 영화와 다르다. 오히려 TV 시리즈에 가깝지 않을까. 시즌이 끝나도 다음 시즌이 계속 이어진다. 물론 브랜드의 핵심 정체성은 분명하다. “이게 바로 팔리 할리우드다”라고 느껴지는 감성 말이다. 그 위에 매 시즌 새로운 층을 쌓고 있다. 무엇보다 카일과 함께라는 점이 크다. 혼자였으면 절대 가지 못했을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 지속적인 진화 과정이 정말 만족스럽다. 그래서 이 작업, 그리고 할리우드라는 테마에도 쉽게 지치지는 않을 것 같다.
text YOON SEUNGHYUN(BARON)
photography Courtesy of BOON THE SH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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